세상에서 가장 받기 싫은 연락 중 하나가 아닐까요? "혹시..."라며 머뭇거리는 친구의 목소리, 그리고 이어지는 돈 부탁. 그 순간 머릿속은 수만 가지 생각으로 복잡해집니다. '안 빌려주면 나를 나쁜 놈으로 볼까?', '빌려줬다가 못 받으면 어떡하지?', '얘가 얼마나 급하면 나한테까지...'
저 역시 가장 친한 친구에게 월급의 절반에 가까운 돈을 빌려준 경험이 있습니다. "다음 달에 보너스 나오면 바로 갚을게"라는 말을 굳게 믿었죠. 하지만 다음 달이 되고, 다다음 달이 되어도 돈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돈 이야기를 꺼내는 저는 나쁜 사람이 되는 것 같았고, 친구는 저를 피하는 것 같았습니다. 결국 돈도 잃고, 10년 지기 친구도 잃었습니다.
그 뼈아픈 경험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친구 사이의 돈거래에서 진짜 위험한 것은 '돈'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애매함'과 '기대의 어긋남'이라는 것을요. "친구 사이에 뭘 그런 걸 따져"라는 말처럼 무책임한 말은 없습니다. 오히려 친구이기에, 더 명확하고 현명하게 대처해야만 소중한 우정을 지킬 수 있습니다.
이 글은 더 이상 친구와의 돈 문제로 속앓이하고 싶지 않은 분들을 위한 '관계 처방전'입니다. 돈을 빌려주기 전 반드시 마음에 새겨야 할 원칙부터, 상처 주지 않고 거절하는 대화의 기술, 그리고 만약 빌려주기로 했다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방법까지. 당신의 돈과 우정, 둘 다 지킬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1. 빌려주기 전, 당신의 마음에 새겨야 할 ‘단 하나의 원칙’
친구가 돈을 빌려달라고 할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통장 잔고를 확인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마음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 돈, 그냥 줘도 아깝지 않은가?"
이 질문에 "아니오"라는 답이 나온다면, 절대 빌려주면 안 됩니다.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는 순간, 그 돈은 '빌려준 돈'이 아니라 '못 받아도 좋은 돈'이 되어야만 관계가 상하지 않습니다. 만약 당신이 그 돈을 돌려받아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당신은 친구가 아닌 '채권자'가 되고, 그때부터 우정에는 미세한 균열이 가기 시작합니다.
Case 1. ‘안 빌려주기’로 결정했다면: 상처주지 않고 거절하는 3가지 대화법
거절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핵심은 친구의 '사람'이 아닌, 그의 '부탁'을 거절하는 것입니다. 친구의 상황에 공감해주되, 나의 원칙과 상황을 단호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 ① 원칙을 활용한 거절: "네가 얼마나 힘들면 나한테까지 연락했을지 마음이 아프다. 그런데 나는 가족끼리도 돈거래는 절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어서, 미안하지만 이건 들어주기 어려울 것 같아."
(너를 못 믿는 게 아니라, 나의 '원칙' 문제임을 강조하여 친구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방법) - ② 상황을 활용한 거절: "정말 도와주고 싶은데, 나도 다음 달에 대출금 나갈 게 있어서 지금은 현금 여유가 전혀 없네. 미안하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충분히 표현하며, 나의 '객관적인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음을 설명하는 방법) - ③ 대안을 제시하는 거절: "금전적으로는 어렵지만, 혹시 내가 다른 방식으로 도와줄 일은 없을까? 같이 머리 맞대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돈 대신, 시간과 노력을 통해 친구를 돕겠다는 진심을 보여주는 가장 따뜻한 방법)
Case 2. ‘빌려주기’로 결정했다면: 우정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못 받아도 좋다'는 마음의 준비가 되었더라도, 관계의 '애매함'을 없애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는 필요합니다. 이는 친구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서로의 기억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차용증' 대신 '카톡/문자'로 기록 남기기: 친구에게 차용증을 쓰자고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대신, 돈을 보내기 전 카톡이나 문자로 명확한 기록을 남기세요.
- 스크립트 예시: "친구야, 내가 지금 50만원 네 계좌(OO은행 123-...)로 보낼게. 혹시 언제쯤 갚아줄 수 있는지 알려줄 수 있을까? 우리 사이에 잊어버리면 껄끄러우니까, 얘기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예: 10월 25일까지)"
- 명확한 상환 날짜 정하기: "형편 될 때 줘"라는 말은 관계를 망치는 지름길입니다.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명확한 날짜를 정하고, 그 날짜를 서로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약속한 날이 지났을 때: 껄끄럽지 않게 ‘빌려준 돈’ 이야기 꺼내는 법
가장 어렵고 스트레스받는 순간입니다. 이때도 역시 '너'가 아닌 '나'의 상황을 중심으로 이야기해야 합니다.
- 1단계 (부드러운 확인): "친구야, 잘 지내? 다름이 아니라, 예전에 빌려준 돈 갚기로 한 날이 지났는데, 혹시 무슨 일 있는지 궁금해서 연락했어."
- 2단계 (나의 상황 설명): (만약 답이 없거나 미루면) "사실 나도 최근에 갑자기 돈 쓸 일이 생겨서, 혹시 이번 주까지는 좀 어려울까? 전액이 힘들면 일부라도 괜찮아."
- 중요한 마음가짐: 돈을 빌려준 당신은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약속을 어긴 쪽은 상대방입니다. 돈 이야기를 꺼내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돈을 잃으면 돈만 잃지만, 사람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친구와의 돈거래는 종종 돈과 사람, 전부를 잃게 만듭니다. 그만큼 어렵고 신중해야 하는 문제라는 뜻이죠. 친구의 어려운 사정을 외면하지 않는 따뜻한 마음과, 그로 인해 내 삶과 관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키는 현명한 지혜. 이 두 가지의 균형을 잡을 때, 당신은 돈보다 소중한 우정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 것입니다.
[법률 정보 관련 주의사항]
본 포스팅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원만한 대인관계를 위한 일반적인 조언이며, 법적 효력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친구나 지인 간의 금전 거래 시, 특히 금액이 클 경우에는 가급적 법적 효력을 갖춘 차용증을 작성하고 공증을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반드시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모든 금전 거래 및 관계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은 당사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정보(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안, 5분만!” (매번 30분 늦는) 친구에게 ‘정색’ 안 하고 우아하게 ‘핵심’을 전달하는 대화법 (0) | 2025.09.04 |
---|---|
“매달 ‘15만원’ 그냥 버리고 계셨네요?” 지인 부탁으로 든 보험, 해지해도 괜찮을까? (숨은 내 보험 찾는 법 포함) (0) | 2025.09.04 |
“아직도 공항에서 돈 주고 식사하세요?” PP카드 없이 ‘무료’로 공항 라운지 이용하는 3가지 비밀 (0) | 2025.09.04 |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 말싸움, ‘이것’ 하나만 알아도 절대 지지 않는 심리 기술 (0) | 2025.09.03 |
“자니…?” 새벽 2시, 술 취해 걸려온 전 연인의 전화… 받아야 할까, 무시해야 할까? (재회 vs 정리) (0) | 2025.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