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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IT

[통신 A to Z] 1편: 모든 것의 시작, 소리와 빛의 보이지 않는 '파동' 이야기

by tipabc 2025.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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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조용한 호숫가에 돌을 던져본 적 있으신가요?

 

돌이 떨어진 중심부로부터 동그란 물결이 스르륵 퍼져나가는 모습을 보셨을 겁니다. 신기하게도 나뭇잎 하나를 물결 위에 띄워놓으면, 나뭇잎은 제자리에서 위아래로 흔들릴 뿐 물결을 따라 멀리 떠내려가지는 않죠.

 

바로 이것이 '통신'의 대서사를 여는 첫 번째 열쇠, '파동(Wave)'의 가장 본질적인 모습입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파동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제 목소리가 여러분의 귀에 들리는 것도, 스마트폰 화면의 빛이 눈에 보이는 것도, 심지어 라디오 음악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것도 모두 파동 덕분입니다. "통신이 어떻게 가능해요?"라는 거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한 첫 번째 여정, 바로 이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춤, '파동'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Chapter 1: 파동이란 무엇일까? (ft. 에너지는 배달하고, 물질은 놔두고)

앞서 말한 호수의 물결처럼, 파동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물질(매질)을 직접 옮기지 않고, 에너지(정보)만을 전달한다'는 것입니다. 물 분자가 직접 여행한 게 아니라, '흔들림'이라는 에너지만이 옆으로, 또 옆으로 전달되어 나간 것이죠.

'소리'가 가장 대표적인 예입니다. 제가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면, 성대가 떨리면서 주변의 공기 분자들을 진동시킵니다. 이 진동은 옆의 공기 분자를, 그 옆의 공기 분자를 연쇄적으로 밀고 당기며 퍼져나가 마침내 여러분의 고막을 떨리게 합니다. 공기가 직접 내 입에서 여러분의 귀로 날아간 게 아니라, '공기의 떨림'이라는 에너지가 배달된 것입니다. 이처럼 파동은 정보를 실어 나르는 우체부와 같습니다.

  • 매질(Medium): 파동을 전달해 주는 물질. 소리에게는 '공기', 물결에게는 '물'이 매질입니다.

Chapter 2: 파동의 신분증: 주파수와 파장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없듯, 파동도 저마다의 개성이 있습니다. 이 개성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신분증이 바로 '주파수(Frequency)''파장(Wavelength)'입니다.

주파수 (Frequency, 단위: Hz 헤르츠)
'1초에 몇 번이나 진동하는가?'를 나타내는 값입니다. 주파수가 높다는 건, 1초에 더 빽빽하고 빠르게 진동한다는 의미입니다.

  • 높은 주파수(고주파): 쌩- 하는 높은 사이렌 소리처럼, 빠르고 촘촘하게 진동합니다.
  • 낮은 주파수(저주파): 둥- 하는 묵직한 북소리처럼, 느리고 널찍하게 진동합니다.

파장 (Wavelength)
파동이 한 번 진동할 때 나아가는 '거리'를 말합니다. 파도의 가장 높은 마루에서 다음 마루까지의 거리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재미있게도 주파수와 파장은 반비례 관계입니다. 주파수가 높으면(빠르게 진동하면) 파장은 짧아지고, 주파수가 낮으면(느리게 진동하면) 파장은 길어집니다.

Chapter 3: 그래서, 파동이 통신과 무슨 상관인데?

자, 이제 핵심입니다. "아~"하고 일정한 소리를 내는 것은 단순한 '파동'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안-녕-하-세-요"라고 목소리의 높낮이와 끊김을 섞으면, 의미를 가진 '정보'가 됩니다. 이처럼 일정한 파동에 변화를 주어 정보를 싣는 과정, 이것이 바로 통신의 출발점입니다.

우리가 앞으로 다룰 라디오, TV, Wi-Fi, 5G 등 모든 통신 기술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기파'라는 파동에 우리가 보내고 싶은 음성, 영상, 데이터 등의 정보를 실어(이 과정을 '변조'라고 합니다) 멀리 보내고, 받은 쪽에서 그 정보를 다시 꺼내보는(복조) 원리를 기본으로 합니다.

어떤 주파수 대역의 전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라디오가 되기도 하고, 와이파이가 되기도 하는 것이죠. 즉, 어떤 '주파수'를 이용해 정보를 실어 나를 것인가 하는 것이 모든 무선 통신 기술의 핵심 약속인 셈입니다.

Chapter 4: 매질이 필요 없는 파동, '전자기파'의 등장

소리는 공기가 없는 우주에서는 들리지 않습니다. 에너지를 전달해 줄 매질이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리가 앞으로 다룰 통신의 주인공은 다릅니다. 바로 '전자기파(Electromagnetic wave)'입니다.

빛, 라디오파, Wi-Fi 신호, 5G 신호 등은 모두 이 전자기파의 한 종류입니다. 전자기파의 가장 놀라운 특징은 소리와 달리 매질이 없는 진공 상태(우주)에서도 스스로 전기장과 자기장을 만들어내며 빛의 속도로 퍼져나간다는 것입니다. 이 위대한 발견 덕분에 인류는 선 없이, 심지어는 지구 밖 행성과도 통신할 수 있는 길을 열게 된 것입니다.

 

 

 


[시리즈 다음 편 예고]

오늘 우리는 모든 통신의 근간이 되는 '파동'과 '주파수'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정보를 실어 나르는 배달부의 정체를 알게 된 셈이죠. 하지만 이 배달부가 정보를 어떤 형태로 싣느냐에 따라 통신의 효율과 품질은 하늘과 땅 차이로 달라집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 '정보의 형태', 즉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결정적 차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법적 고지 및 주의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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