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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IT

[통신 A to Z] 3편: 전선 속을 달리는 빛, 유선 통신의 비밀 (ft. 전화선과 광케이블)

by tipabc 2025.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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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편에서 우리는 세상 모든 정보를 '0'과 '1'이라는 깔끔한 디지털 신호로 바꾸는 법을 배웠습니다.

 

자, 이제 정보라는 맛있는 도시락을 완벽하게 포장했습니다.

 

그럼 이 도시락을 어떻게 친구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요?

 

가장 원초적이고 확실한 방법은 바로 '길'을 따라 직접 갖다 주는 것이겠죠.

 

통신 세계에서의 이 '길'이 바로 **'유선(Wired)'**, 즉 '선(線)'입니다.

 

지금 여러분이 컴퓨터나 IPTV를 보기 위해 벽에 꽂는 랜선, 그리고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전 세계를 촘촘히 연결하고 있는 인터넷망의 실체. 오늘은 이 선들 속에서 0과 1의 디지털 신호가 어떤 방식으로 여행하는지, 구불구불한 국도 같았던 '구리선'의 시대부터 빛의 속도로 질주하는 '광케이블'의 시대까지, 유선 통신의 핵심 원리를 속 시원하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Chapter 1: 구불구불 국도 - 구리선의 시대 (ft. 전화선과 랜선)

가장 기본적인 유선 통신은 '구리(Copper)'로 만든 선에 '전기' 신호를 흘려보내는 방식입니다. 아주 간단하게 비유하자면, 전등 스위치를 빠르게 껐다(0) 켰다(1) 하면서 멀리 있는 친구에게 모스 부호를 보내는 것과 같습니다.

 

전화선과 랜선(UTP 케이블)의 비밀: 왜 선을 꽈배기처럼 꼬아놨을까?


집에 있는 인터넷 선을 자세히 보면, 여러 가닥의 얇은 구리선이 두 가닥씩 짝을 지어 꽈배기처럼 꼬여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를 '꼬임쌍선(Twisted Pair)'이라고 부르는데요, 여기에는 아주 중요한 과학적 원리가 숨어있습니다.

 

전기 신호가 흐르는 구리선 주변에는 자기장이 생기는데, 이 자기장이 주변 다른 선에 영향을 주어 신호가 섞이는 '누화(Crosstalk)' 현상을 일으킵니다.

 

또한, 주변의 다른 전기 기기에서 나오는 잡음(노이즈)에도 신호가 망가지기 쉽죠.

 

하지만 두 선을 꽈배기처럼 꼬아주면, 서로의 자기장을 상쇄하고 외부 잡음의 영향도 비슷하게 받아 그 차이를 없애버릴 수 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훨씬 깨끗한 신호로 통화하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구리선은 명확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전기 신호는 멀리 갈수록 약해지고(감쇠), 속도를 높이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죠.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더 멀리 보내야 하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통신 세계는 새로운 '길'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Chapter 2: 빛의 슈퍼하이웨이 - 광케이블의 혁명

구리선이 전기의 힘을 빌렸다면, 현대 초고속 인터넷의 근간인 **광케이블(Optical Fiber)**은 바로 '빛'의 힘을 빌립니다. 광케이블은 머리카락보다 조금 더 굵은 투명한 유리 또는 플라스틱 섬유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어떻게 빛을 가둘 수 있을까?

'전반사(Total Internal Reflection)'의 마법


광케이블 속으로 쏜 빛은 어떻게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고 수백 km를 여행할 수 있을까요? 그 비밀은 '전반사'라는 현상에 있습니다. 광섬유는 중심부의 '코어(Core)'와 그를 감싸는 '클래딩(Cladding)'이라는 이중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코어와 클래딩은 빛의 굴절률이 서로 다른 물질로 만드는데, 특정 각도 이상으로 빛을 코어 안으로 쏘면 빛이 클래딩과의 경계면에서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100% 반사되어 코어 내부에 갇히게 됩니다. 마치 봅슬레이 선수가 원통형 트랙을 따라 질주하듯, 빛의 펄스(Pulse)는 손실 없이 광섬유 내부를 따라 엄청난 속도로 나아갑니다.

디지털 신호는 레이저를 이용해 빛을 매우 짧게 깜빡이는 방식으로 보냅니다. 빛을 켠다(ON) = 1, 빛을 끈다(OFF) = 0. 이 깜빡임을 초당 수십억, 수백억 번 이상 반복하여 구리선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전송하는 것입니다.

구리선 vs 광케이블, 게임이 안 되는 이유

구분 구리선 (랜선 등) 광케이블
신호 종류 전기 신호 빛 신호
속도 & 용량 제한적 (도로가 좁음) 초고속, 대용량 (왕복 100차선 고속도로)
신호 손실 거리가 멀어지면 급격히 약해짐 매우 적어 수십~수백 km 전송 가능
외부 간섭 전기적 잡음에 취약 전혀 영향받지 않음 (매우 안정적)
보안 신호 도청(감청)이 비교적 쉬움 매우 어려움

결론적으로, 광케이블은 속도, 용량, 안정성, 보안 등 모든 면에서 구리선을 압도합니다. 우리가 오늘날 4K 동영상을 끊김 없이 보고, 수 기가바이트의 게임을 몇 분 만에 다운로드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이 빛의 고속도로, 광케이블 덕분입니다.

 


[시리즈 다음 편 예고]

지금까지 우리는 정보가 어떻게 물리적인 '선'이라는 길을 따라 여행하는지 알아봤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 쓰는 스마트폰, 와이파이, 블루투스는 선이 없는데 어떻게 통신하는 걸까요? 다음 시간에는 드디어 선의 제약을 벗어나 허공에 정보를 자유롭게 뿌리고 받는 '무선 통신'의 마법 같은 원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법적 고지 및 주의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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