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까지 우리는 정보가 어떻게 '광케이블'이라는 초고속도로를 따라 여행하는지 알아봤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같이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와이파이는 선이 없죠. 유선 통신이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택배 트럭이라면, 무선 통신은 도시 전체를 향해 메시지를 뿌리는 거대한 방송국과 같습니다.
보이지 않는 선으로 세상을 연결하는 기술, 바로 '무선(Wireless)' 통신입니다.
어떻게 허공을 떠도는 수많은 라디오 방송 중에 내가 원하는 채널만 딱 골라 들을 수 있을까요?
내 스마트폰은 어떻게 그 많은 와이파이 신호 중에서 우리 집 공유기가 보내는 신호만 찰떡같이 알아듣는 걸까요?
오늘, 우리는 선의 제약에서 벗어나 허공에 정보를 실어 나르는 무선 통신의 경이로운 3단계 마법을 파헤쳐 볼 것입니다.

Chapter 1: 1단계 마법 - 정보를 '업어' 보낸다 (변조, Modulation)
우리가 보내고 싶은 정보(목소리, 음악 등)는 사실 힘이 약한 저주파 신호입니다. 이 신호는 에너지가 약해서 혼자서는 멀리 날아갈 수 없죠. 강을 건너지 못하는 사람과 같습니다. 이 사람을 강 건너로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힘세고 빠른 '배'에 태워 보내야 합니다.
무선 통신에서도 똑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 정보 신호 (음성, 데이터): 강을 건너야 할 '사람' (힘이 약함)
- 반송파 (Carrier Wave): 사람을 태울 힘세고 빠른 '배' (에너지가 강한 고주파 전파)
이처럼 우리가 보내려는 정보 신호를 힘센 고주파 '반송파'에 실어 합치는 과정을 바로 '변조(Modulation)'라고 합니다. 정보 신호의 모양에 따라 반송파의 모양이나 진동수를 바꾸는 방식으로, 마치 배에 사람의 특징(이름표)을 새기는 것과 같습니다. 이제 정보를 업은 강력한 전파가 안테나를 통해 사방으로 뻗어나갈 준비를 마쳤습니다.
Chapter 2: 2단계 마법 - 내 귀에만 들리는 목소리 (주파수 동조, Tuning)
자, 이제 안테나를 통해 수많은 방송국과 통신사들이 쏘아 올린 전파들이 공기 중에 뒤섞여 있습니다. 91.9MHz MBC 라디오, 89.1MHz KBS 라디오, 우리 집 와이파이 신호까지... 이 신호의 대홍수 속에서 내 라디오는 어떻게 정확히 91.9MHz 방송만 찾아낼까요?
그 비밀은 바로 '주파수(Frequency)'에 있습니다. 각 방송국은 정부로부터 고유한 주파수를 할당받습니다. 이는 강을 건너는 수많은 배들이 저마다 다른 색깔의 깃발을 달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라디오 다이얼을 돌려 '91.9MHz'에 맞추는 행위는, 내 라디오 수신기에게 "이제부터 파란색 깃발(91.9MHz)을 단 배만 찾아서 받아들여!"라고 명령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과정을 '주파수 동조(Tuning)'라고 합니다. 수신기는 마치 특정 주파수에서만 진동하는 '소리굽쇠'처럼, 내가 설정한 주파수의 전파에만 강하게 공명하여 그 신호만을 증폭시켜 잡아냅니다.
Chapter 3: 3단계 마법 -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기 (복조, Demodulation)
이제 우리는 원하는 주파수의 '배(반송파)'를 성공적으로 붙잡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할 일은 배에서 '사람(정보)'을 내리게 하는 것이죠.
수신기는 잡아낸 신호에서 우리가 필요 없는 고주파 반송파는 필터로 걸러내 버리고, 그 안에 실려있던 원래의 정보 신호(음성, 데이터)만 쏙 빼냅니다. 이 과정을 변조의 반대라는 의미에서 '복조(Demodulation)'라고 합니다.
이렇게 복원된 미세한 전기 신호가 스피커의 떨림판을 울리면, 마침내 우리 귀에 아름다운 음악 소리로 들리게 되는 것입니다.
라디오부터 와이파이(Wi-Fi)까지, 원리는 같다!
놀랍게도 우리가 매일 쓰는 와이파이, 블루투스, LTE, 5G 등 모든 무선 통신 기술은 이 변조 → 전송 → 복조라는 3단계 마법을 기본 원리로 사용합니다. 다만 몇 가지 차이가 있을 뿐이죠.
- 라디오 방송: 하나의 송신탑이 여러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정보를 뿌립니다. (1:N 통신)
- 와이파이 / 스마트폰: 내 공유기와 스마트폰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즉 송신과 수신을 동시에 하는 양방향 통신입니다. (1:1 통신)
여러분이 유튜브 영상을 볼 때, 공유기는 영상 데이터를 2.4GHz나 5GHz 같은 와이파이 주파수에 실어(변조) 스마트폰으로 쏘아주고, 스마트폰은 그 신호를 받아 원래 영상 데이터로 복원(복조)하여 화면에 보여주는 이 마법 같은 일이 지금 이 순간에도 1초에 수억 번씩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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