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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IT

[통신 A to Z] 8편: 바다 밑에는 무엇이 있을까? 대륙을 잇는 해저케이블의 정체

by tipabc 2025.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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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편에서 우리는 IP 주소와 공유기 덕분에 데이터가 정확히 우리 집 컴퓨터를 찾아오는 원리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볼까요? 제가 지금 한국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에 서버를 둔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고 있다면, 그 엄청난 양의 영상 데이터는 어떤 '길'을 통해 태평양을 건너오는 걸까요?

 

많은 분들이 막연하게 하늘 위의 '인공위성'을 떠올리시겠지만, 사실은 정반대입니다.

 

정답은 바로 **깊고 어두운 '바다 밑'**에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의 글로벌 인터넷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영웅이자, 현대 문명의 진정한 대동맥이라 할 수 있는 **해저 광케이블(Submarine Communications Cable)**의 경이로운 세계로 여러분을 안내합니다.

 

이 글을 읽고 나면, 바다를 건너오는 모든 데이터가 새롭게 느껴질 겁니다.

 

 

 

 

Chapter 1: 인터넷의 대동맥, 해저케이블이란?

해저케이블은 말 그대로 대륙과 대륙을 연결하기 위해 바다 밑에 설치한 거대한 케이블입니다. 놀라운 사실은 **전 세계 국가 간 데이터 트래픽의 99% 이상**이 바로 이 해저케이블을 통해 전송된다는 것입니다. 인공위성이 담당하는 비중은 1%도 채 되지 않습니다.

그럼 이 케이블은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을까요? 그 중심에는 3편에서 배웠던 '광섬유(Optical Fiber)'가 있습니다. 머리카락 굵기의 수많은 광섬유 가닥이 핵심 데이터 통로 역할을 하고, 이 연약한 유리 섬유를 깊은 바다의 엄청난 수압과 상어의 공격, 어선의 닻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강철, 구리, 폴리에틸렌 같은 소재로 몇 겹이나 감싼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Chapter 2: 왜 위성이 아니라 케이블일까? (속도와 용량의 차이)

하늘에 떠 있는 위성이 더 첨단 기술 같고 편해 보이는데, 왜 굳이 엄청난 비용을 들여 바다 밑에 케이블을 까는 걸까요? 이유는 '속도(지연시간)'와 '용량(대역폭)'이라는 두 가지 결정적인 요소 때문입니다.

    • 속도 (지연시간, Latency): 데이터가 서울에서 뉴욕까지 간다고 가정해 봅시다. 위성은 지상에서 36,000km 상공의 위성까지 신호를 쏘아 올리고, 위성이 다시 뉴욕으로 신호를 쏴줘야 합니다. 이 기나긴 여정은 필연적으로 시간 지연을 발생시킵니다. 반면, 빛은 광케이블 속에서 거의 빛의 속도로 직선에 가깝게 이동하기 때문에, 위성보다 **훨씬 더 빠르고 지연시간이 적습니다.** 온라인 게임이나 실시간 화상 회의에서 이 차이는 매우 치명적입니다.

  • 용량 (대역폭, Bandwidth): 해저케이블 하나에는 수십, 수백 가닥의 광섬유가 들어있고, 이 광섬유 하나하나가 초당 수 테라비트(Tbps)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습니다. 이는 위성 하나가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양과는 비교가 불가능한, 말 그대로 '데이터 고속도로'입니다. 우리가 4K, 8K 동영상을 끊김 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은 오직 이 엄청난 용량 덕분입니다.

결론적으로 위성은 사막, 오지, 비행기나 선박처럼 케이블 설치가 불가능한 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국가와 대륙을 잇는 데이터의 대동맥 역할은 해저케이블이 압도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Chapter 3: 이 거대한 케이블은 어떻게 설치할까?

수천 km에 달하는 케이블을 태평양 한가운데에 설치하는 작업은 그야말로 거대한 프로젝트입니다. '케이블 설선(Cable Layer)'이라는 특수하게 설계된 배가 수천 톤의 케이블을 싣고 항해하며 바다 밑으로 천천히 풀어놓습니다.

특히 수심이 얕은 연안 지역은 어업 활동이나 배의 닻으로 인해 케이블이 손상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배에서 수중 로봇(쟁기)을 내려 해저면에 고랑을 파고 그 안에 케이블을 묻어 안전하게 보호합니다. 반면, 수심이 수천 미터에 달하는 깊은 바닷속은 상대적으로 안전하기 때문에 해저면 위에 그대로 내려놓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이처럼 우리의 인터넷은 전 세계를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수백 개의 해저케이블 네트워크 위에 세워져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깊은 바닷속에서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양의 데이터가 빛의 속도로 오가고 있는 것입니다.

 

 


[시리즈 다음 편 예고]

해저케이블이 데이터 전송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위성은 통신 세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요? 케이블이 닿지 않는 오지나 하늘, 바다 위에서는 어떻게 통신이 가능할까요? 다음 시간에는 드디어 하늘 위로 올라가, **위성통신과 우리 삶에 필수적인 GPS의 작동 원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법적 고지 및 주의사항

본 블로그의 내용은 일반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복잡한 기술적 개념을 단순화하고 비유적으로 설명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99%와 같은 수치는 통용되는 통계에 기반하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본 정보는 교육 및 참고용으로 제공되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블로그 운영자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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