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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IT

[통신 A to Z] 9편: 하늘 위의 중계기, 위성통신과 GPS의 세계

by tipabc 2025.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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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편에서 우리는 전 세계 데이터의 99%가 깊은 바닷속 '해저케이블'을 통해 오간다는 놀라운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1%는 어디에 쓰일까요?

 

사막 한가운데,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배, 하늘을 나는 비행기처럼 케이블을 설치할 수 없는 곳에서는 어떻게 통신이 가능할까요?

 

그 해답은 바로 우리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 까마득한 하늘 위에 있습니다.

 

오늘은 통신 시리즈의 마지막 여정을 앞두고, 지상의 한계를 뛰어넘어 우주에서 길을 열어주는 **위성통신(Satellite Communication)**과, 이제는 우리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길잡이 **GPS(Global Positioning System)**의 놀라운 작동 원리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이 거대한 하늘의 중계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게 되면, 내비게이션 앱을 켤 때마다 작은 경이로움을 느끼게 될 겁니다.

 

 

 

Chapter 1: 우주에 떠 있는 거대한 중계기, 위성통신

위성통신의 기본 원리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지상에서 닿지 않는 먼 곳으로 공을 던져야 할 때, 중간에 키가 아주 큰 친구가 공을 받아서 다시 던져주는 모습을 상상하면 됩니다. 여기서 '키가 아주 큰 친구'가 바로 **통신 위성**입니다.

  1. 업링크(Uplink): 지상의 한쪽 기지국(송신국)에서 통신 위성을 향해 정보를 담은 전파를 쏘아 올립니다.
  2. 중계(Transponder): 위성은 이 약한 신호를 수신한 뒤, 신호를 증폭하고 주파수를 바꿔서 다시 지상으로 내려보낼 준비를 합니다.
  3. 다운링크(Downlink): 위성은 강화된 신호를 목적지인 다른 기지국(수신국)으로 쏘아 보냅니다.

이 덕분에 대륙 반대편이나 산간오지처럼 물리적인 선으로 연결하기 어려운 곳과도 통신이 가능해집니다. 특히 TV 방송 위성처럼 지구의 자전 속도와 똑같이 움직여 항상 같은 자리(정지궤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위성을 이용하면, 특정 대륙 전체에 24시간 내내 안정적인 신호를 보낼 수 있습니다.

Chapter 2: GPS의 마법 - "네 개의 위성이 너의 위치를 알려주리라"

이제는 내비게이션, 길 찾기 앱의 핵심인 GPS의 원리를 알아볼 차례입니다. GPS는 '위성이 나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내 스마트폰이 위성들의 신호를 듣고 스스로 위치를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그 핵심 원리는 바로 **삼변측량(Trilateration)**입니다.

    • 1단계 (위성 하나): GPS 위성 하나가 내 폰에 신호를 보냅니다. 이 신호에는 "나는 위성 A이고, 이 신호는 O 시 O 분 O 초에 출발했어"라는 정보가 담겨있죠. 내 폰은 신호를 받은 시간을 계산해 "아, 위성 A로부터 나는 20,000km 떨어져 있구나"라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이제 내 위치는 위성 A를 중심으로 하는 반지름 20,000km의 거대한 구(Sphere) 표면 어딘가입니다.

    • 2단계 (위성 둘): 근처에 있던 위성 B가 "나는 너로부터 22,000km 떨어져 있어"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이제 두 개의 구가 겹치는 부분, 즉 하나의 '원(Circle)' 위 어딘가로 내 위치의 범위가 좁혀집니다.

    • 3단계 (위성 셋): 위성 C가 "나는 너로부터 21,000km 떨어져 있어"라고 알려주는 순간, 이 세 번째 구는 앞서 만들어진 원과 단 '두 개의 점'에서만 만나게 됩니다. 보통 이 두 점 중 하나는 우주 공간이거나 지구 깊숙한 곳처럼 상식 밖의 위치이므로, 내 폰은 나머지 한 점을 내 현재 위치로 특정할 수 있습니다.

  • 4단계 (네 번째 위성의 역할): 사실 정확한 위치 계산을 위해서는 위성 3개면 충분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시간'이라는 결정적인 변수가 있습니다. 이 모든 계산은 빛의 속도로 날아오는 신호의 시간 차이를 나노초(10억분의 1초) 단위로 측정해야 하는데, 내 스마트폰의 시계는 위성의 초정밀 원자시계만큼 정확하지 않습니다. 이때 **네 번째 위성**이 보낸 시간 정보를 이용해 내 폰 시계의 오차를 보정하고, 이를 통해 훨씬 더 정확한 위치 값을 얻어내는 것입니다.

Chapter 3: 그래서, 위성은 언제 쓸까?

해저케이블이라는 막강한 경쟁자가 있지만, 위성은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 방송: 특정 지역 전체에 한 번에 신호를 뿌려야 하는 위성 TV(스카이라이프 등).
  • 이동체 통신: 대양을 항해하는 선박이나 대륙을 넘나드는 비행기에서의 인터넷 및 통신.
  • 오지 통신: 사막, 극지방, 산악 지대 등 지상망 설치가 불가능한 곳의 통신 연결.
  • 재난 통신: 지진이나 태풍으로 지상 통신망이 파괴되었을 때 유일한 생명선이 되는 위성 전화.
  • 위치 정보: 우리 모두가 사용하는 GPS.

 

 


[시리즈 다음 편 예고]

지금까지 총 9편에 걸쳐 통신의 기본 원리부터 우리 삶을 지탱하는 거대한 인프라까지, 정말 긴 여정을 함께했습니다. 이제 대망의 마지막 편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5G를 넘어, 빛보다 빠른 통신, 도청이 불가능한 통신은 과연 가능할까요? 마지막 시간에는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보던 **양자 통신 등 미래 통신 기술**의 세계를 미리 엿보며 이 시리즈를 마무리하겠습니다.


 


※ 법적 고지 및 주의사항

본 블로그의 내용은 일반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복잡한 기술적 개념(삼변측량, 시계 오차 보정 등)을 단순화하고 비유적으로 설명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학술적 엄밀함보다는 개념의 쉬운 이해에 초점을 맞추었으므로, 전공자나 전문가의 시각과는 일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본 정보는 교육 및 참고용으로 제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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