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편에서 우리는 전 세계 데이터의 99%가 깊은 바닷속 '해저케이블'을 통해 오간다는 놀라운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1%는 어디에 쓰일까요?
사막 한가운데,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배, 하늘을 나는 비행기처럼 케이블을 설치할 수 없는 곳에서는 어떻게 통신이 가능할까요?
그 해답은 바로 우리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 까마득한 하늘 위에 있습니다.
오늘은 통신 시리즈의 마지막 여정을 앞두고, 지상의 한계를 뛰어넘어 우주에서 길을 열어주는 **위성통신(Satellite Communication)**과, 이제는 우리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길잡이 **GPS(Global Positioning System)**의 놀라운 작동 원리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이 거대한 하늘의 중계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게 되면, 내비게이션 앱을 켤 때마다 작은 경이로움을 느끼게 될 겁니다.

Chapter 1: 우주에 떠 있는 거대한 중계기, 위성통신
위성통신의 기본 원리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지상에서 닿지 않는 먼 곳으로 공을 던져야 할 때, 중간에 키가 아주 큰 친구가 공을 받아서 다시 던져주는 모습을 상상하면 됩니다. 여기서 '키가 아주 큰 친구'가 바로 **통신 위성**입니다.
- 업링크(Uplink): 지상의 한쪽 기지국(송신국)에서 통신 위성을 향해 정보를 담은 전파를 쏘아 올립니다.
- 중계(Transponder): 위성은 이 약한 신호를 수신한 뒤, 신호를 증폭하고 주파수를 바꿔서 다시 지상으로 내려보낼 준비를 합니다.
- 다운링크(Downlink): 위성은 강화된 신호를 목적지인 다른 기지국(수신국)으로 쏘아 보냅니다.
이 덕분에 대륙 반대편이나 산간오지처럼 물리적인 선으로 연결하기 어려운 곳과도 통신이 가능해집니다. 특히 TV 방송 위성처럼 지구의 자전 속도와 똑같이 움직여 항상 같은 자리(정지궤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위성을 이용하면, 특정 대륙 전체에 24시간 내내 안정적인 신호를 보낼 수 있습니다.
Chapter 2: GPS의 마법 - "네 개의 위성이 너의 위치를 알려주리라"
이제는 내비게이션, 길 찾기 앱의 핵심인 GPS의 원리를 알아볼 차례입니다. GPS는 '위성이 나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내 스마트폰이 위성들의 신호를 듣고 스스로 위치를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그 핵심 원리는 바로 **삼변측량(Trilateration)**입니다.
- 1단계 (위성 하나): GPS 위성 하나가 내 폰에 신호를 보냅니다. 이 신호에는 "나는 위성 A이고, 이 신호는 O 시 O 분 O 초에 출발했어"라는 정보가 담겨있죠. 내 폰은 신호를 받은 시간을 계산해 "아, 위성 A로부터 나는 20,000km 떨어져 있구나"라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이제 내 위치는 위성 A를 중심으로 하는 반지름 20,000km의 거대한 구(Sphere) 표면 어딘가입니다.
- 2단계 (위성 둘): 근처에 있던 위성 B가 "나는 너로부터 22,000km 떨어져 있어"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이제 두 개의 구가 겹치는 부분, 즉 하나의 '원(Circle)' 위 어딘가로 내 위치의 범위가 좁혀집니다.
- 3단계 (위성 셋): 위성 C가 "나는 너로부터 21,000km 떨어져 있어"라고 알려주는 순간, 이 세 번째 구는 앞서 만들어진 원과 단 '두 개의 점'에서만 만나게 됩니다. 보통 이 두 점 중 하나는 우주 공간이거나 지구 깊숙한 곳처럼 상식 밖의 위치이므로, 내 폰은 나머지 한 점을 내 현재 위치로 특정할 수 있습니다.
- 4단계 (네 번째 위성의 역할): 사실 정확한 위치 계산을 위해서는 위성 3개면 충분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시간'이라는 결정적인 변수가 있습니다. 이 모든 계산은 빛의 속도로 날아오는 신호의 시간 차이를 나노초(10억분의 1초) 단위로 측정해야 하는데, 내 스마트폰의 시계는 위성의 초정밀 원자시계만큼 정확하지 않습니다. 이때 **네 번째 위성**이 보낸 시간 정보를 이용해 내 폰 시계의 오차를 보정하고, 이를 통해 훨씬 더 정확한 위치 값을 얻어내는 것입니다.
Chapter 3: 그래서, 위성은 언제 쓸까?
해저케이블이라는 막강한 경쟁자가 있지만, 위성은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영역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 방송: 특정 지역 전체에 한 번에 신호를 뿌려야 하는 위성 TV(스카이라이프 등).
- 이동체 통신: 대양을 항해하는 선박이나 대륙을 넘나드는 비행기에서의 인터넷 및 통신.
- 오지 통신: 사막, 극지방, 산악 지대 등 지상망 설치가 불가능한 곳의 통신 연결.
- 재난 통신: 지진이나 태풍으로 지상 통신망이 파괴되었을 때 유일한 생명선이 되는 위성 전화.
- 위치 정보: 우리 모두가 사용하는 G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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